맑은 밤 혼자 걷는다 전시를 보고
민찬홍 작곡가
< 맑은 밤 혼자 걷는다 >의 설치 아이디어는 그랜드 피아노(청각 이미지)가 한 대 있고 그 피아노를 통해서 울리는 소리가 소리반응 센서의 신호를 통해서 램프의 불빛(시각 이미지)과 선풍기의 바람(촉각 이미지)으로 치환되는 것이다. 이 설치물들은 이 작품의 공감각적 구성에 대한 상징물들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을 가장 함축적이며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설치물은 야경을 촬영한 영상이 음 현상으로 재구성된 싱글채널 비디오 영상물이다. 이 영상물은 영상(시각 이미지)이 음 현상(청각 이미지)으로, 이것이 다시 음 현상의 주파수를 이용한 색(시각 이미지)으로 치환이 이루어진다. 즉 시각 이미지와 청각 이미지간의 이중의 변환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설치물을 관통하며 작품의 마지막 이해를 돕는 두꺼운 분량의 작품 설명집을 꼼꼼히 살펴봐야 작가의 모든 의도와 작업의 의의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오프닝 저녁에는 이벤트로 영상물에서 흘러나오는 네 개의 음 구성 작품 중에서 두 개의 작품이 피아노 연주자에 의해서 그랜드 피아노로 실연되었다. 연주자의 주관적 해석을 가미한 음악 연주로 발전을 시켜서 음악화 과정을 보여준 것이었다.
이 작품의 형식적 특징은 공감각적 치환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목적은 환경에 대한 새롭고 예민한 인식이다. 이 작품에서 예민하게 인식해야 하는 환경은 새벽의 행궁동이다. 그리고 영상에서는 새벽 행궁동의 두 가지 모습이 펼쳐진다. 그것은 성 안 행궁동의 소음이 없는 환경과 성 밖 행궁동의 도시 소음이 발생하는 환경이다. 어두운 영상에서 가장 쉽게 인지되는 형태는 불빛이다. 가로등, 아파트, 자동차 등의 불빛이 나타나는 모양과 그 밀집도를 통해서 그 환경의 차이를 인지할 수 있다. 또한 귀뚜라미 소리와 도시의 소음 등, 배경음을 통해서도 그 차이를 인지할 수 있다.
이렇게 불빛과 배경음은 적나라하지는 않지만 환경을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음 현상은 이 불빛과 좌우로 이동하는 가상의 현을 통해서 얻어낸 결과이다. 이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서 음계와 음가를 선정하는 또 다른 두 가지의 규칙도 적용이 된다. 그래서 음 현상이 불빛을 매우 정직하게 표현해주고는 있으나 이 환경을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때 음 현상이 실현해줘야 할 목적은 환경을 잘 표현해주는 것과 영상을 소리로 잘 변환시켜주는 것이다.
사실 음 현상이 환경을 예민하게 담아내는 것은 쉽지는 않다. 음 현상과 환경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부분은 불빛의 밀도이다. 불빛의 밀도는 음의 밀도와 정확하게 일치하게 되고, 음 현상에서 나타나는 음의 밀도가 성 안 행궁동과 성 밖 행궁동의 차이를 나타내준다. 정적이고 단순한 음 현상과 동적이고 복잡한 음 현상으로 그 차이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행궁동이라는 환경, 다양한 불빛과 다양한 배경음으로 조성되는 그곳의 환경을 더욱 상세하게 표현해주지 못한다는 것에 그 한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음 현상이 밀도 이외에 환경을 표현해주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다면 그것은 음계이다. 이 작품에서는 두 개의 음계가 쓰이고 있는데 한 개는 가야금 5음 음계이며 또 한 개는 12음 음계이다. 물론 두 개 다 이미 음악사에서 만들어져 있는 음계이다. 음계의 선택은 작곡에 있어서는 소재에 해당하는 부분이기는 하다. 하지만 음계 자체에 음악을 어떤 식으로 진행하려는 작곡가의 의도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이 음계에 따라서 당연히 음악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가야금 5음 음계는 전통음악을 대표하는 음계라고 할 수 있고, 12음 음계는 무조성 음악의 대표적인 음계라고 할 수 있다. 가야금 5음 음계는 영상이 정직하게 치환된 결과라기보다 작가가 주관적으로 느낀 환경의 느낌을 담아낼 수 있는 주관적인 음계의 선택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가야금 5음 음계는 전통음악의 느낌과 함께 여유롭고 편안한 느낌을 주며 행궁동을 걸어가는 작가의 감상을 표현해 주는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반면에 12음 음계는 정반대의 의도에 의해서 선택된 음계로서 주관적인 느낌을 배제하고 불빛들의 출현을 가장 정직하게 치환해주는 음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각 이미지와의 연관성은 가장 높다고 할 수 있다. 반면에 무조성이기 때문에 듣기에 불협적으로 들리며 특정한 주관적인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은 없다고 할 수 있다. 둘 중에 한 개는 환경의 주관적인 느낌을 표현해주는 기능이 강하고, 한 개는 영상을 변환시켜주는 기능이 강하다. 그러나 가야금 5음 음계인 경우에도 음계의 설정 이외에는 작가의 의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에 주관성이 아주 강하다고 할 수는 없고 매우 희미한 주관성이라고 할 수 있다.
음가의 선택은 자유 음가와 8분 음표 음가의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매우 복잡한 리듬과 단순하고 규칙적인 리듬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유 음가가 영상의 불빛을 그대로 반영하는 리듬을 창출해 낸다면 8분 음표 음가는 불빛의 밀도 차이를 아주 단순화해서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8분 음표 음가는 영상의 즉각적인 변환이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작가는 이렇게 얻어낸 선율 결과에서 또 다른 두 단계의 작업을 거치는데 첫 번째는 선율의 변형이고, 두 번째는 가시광선을 이용한 이중 변환이다.
선율의 변형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기존 선율의 원형을 제시한 이후에 역행형, 전도형, 역행전도형의 변형된 형태로 나열하는 것이다. 기존 작곡법에서는 선율 변형의 기본적인 방법이기도 하며, 특히 12음 기법에서는 빈번하게 쓰이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변형에 따라서 역으로 영상이 역행하거나 전도하는 모습이 펼쳐지며, 음악적 기법에 따라서 영상이 변화되는 모습이 2차적으로 펼쳐진다. 두 번째는 반주의 사용인데 반주는 선율의 전도형을 저음으로 배치한 후 선율의 두 박자 뒤에 뒤따라가는 형태이다. 작가는 반주라고 표현을 하였으나 이는 아주 단순한 형태의 2중 대위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선율의 변형도, 음계와 음가의 선택과 마찬가지로, 작곡 과정과 비교하자면 단순히 소재의 선택 단계라고 볼 수 있다. 그 변형된 선율들이 또 다른 변화와 기법에 의해서 전개되는 것이 본격적인 작곡 단계이기 때문이다. 작곡의 아주 초보적인 단계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반주의 사용이다. 반주는 2중 대위법의 형태로 이루어져 있는데, 처음에 설정한 형태에서 또 다른 변화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초보적인 단계인 것이다.
음악을 만들어내는 모든 과정을 종합해서 볼 때, 이는 작곡의 아주 기초적인 기법 또는 단계를 사용하여 영상으로부터 얻어낸 음 현상을 긴 시간 동안 다양하게 전개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작곡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아주 초보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영상을 변환한 음 현상으로 볼 때는 아주 다양한 장치들로 이루어진 흥미로운 음 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음의 주파수 배수를 이용해서 가시광선의 주파수를 각 음과 일치시켜서 색을 치환해내며 그 결과물을 영상에 담아 이중의 변환을 이루어낸다. 시각 이미지에서 변환된 청각 이미지가 다시 시각 이미지로 변환되는 것이다. 이 시도는 음과 색의 숨어 있는 연관성을 밝혀내는 측면에서는 새로운데, 그 연관성이 직접적으로 느껴지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첫 번째 변환에 비해서도 훨씬 그 밀접성이 희미하다. 하지만, 공감각적 풍성함을 더하고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밀접성이라면 근접한 음은 근접한 색으로 나타나고, 거리가 먼 음은 거리가 먼 색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래서 선율의 순차진행은 비슷한 색으로, 도약진행은 다양한 색으로 치환이 된다. 마치 색이 하나의 옥타브를 이루고 있는 것 같은 공감각적 현상이다.
행궁동의 환경을 공감각적으로 포착하는 이 작품은 새롭고 예민한 감각을 선사해준다. 하지만 그 환경으로부터 한 단계씩 변환을 거듭하면서 구체적인 감각보다는 추상적이고 도식적인 세계에 갇히는 느낌을 준다는 면에서 한계를 노출하고 있기도 하다. 영상을 소리로 변환하는 과정은 규칙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으며, 어떠한 결과물이 가장 정확하게 영상을 대변하고 있다고 단언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음 현상으로의 변환도 작가의 주관적 의도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때 작가가 작곡가라면 음악적 결과물의 완성도를 획득하기 위해 규칙을 만들겠지만 작곡가가 아닌 경우에는 원하는 특정한 효과를 얻어내기 위해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이 작품은 작곡가가 아닌 작가가 어떤 규칙을 세워야 어떤 효과가 나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의 여러 가지 실험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아직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보이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나 음악의 표면적인 특성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내적인 원리를 적극적으로 탐구하고 이용해서 시각 이미지와의 변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주목해볼만 하다. 언젠가는 음악의 추상적이고 논리적인 세계를 통해서도 우리 주변 환경이 생생하고 새롭게 다시 느껴지는 그 순간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hibition review of Walking Outside on a Clear NightMin
Chan Hong (A Composer)
The idea for the installation Walking Outside on a Clear Night is in the transformation of the sound from a grand piano (acoustic image) to the lamp light (visual image) and the wind from a fan (tactile image) by responding to signal sensors. The installation could be seen as symbolic objects of the synesthetic domposition. The most ultimate and implicative installation among others is the single-channel video that re-composes the video recorded nightscape into sound phenomenon. In this video, video screen (visual image) transforms to sound phenomenon (acoustic image), and again, the sound phenomenon into color (visual image). In other words, it creates the double transformation between visual image and acoustic image. However, within all of these installations, by carefully looking at the thick pages of the work description book, you are able to fully understand te artist’s intention and the meaning of the work. In the opening night, as ans event, a piano player performed two works among four pieces of the sound composition works. It shows the musical process developed as the musical performance adding the player’s subjective interpretation.
The formal feature of the work is the synesthetic substitution. And the purpose of it is to create new and keen awareness of the environment. In this work, Haengung-dong at dawn is the keenly perceived environment. And two appearances of Haenggung-dong at dawn have been shown in the video. One is the quiet environment inside of the palace and another is the noisy environment outside of the palace at Haenggung-dong. In the dark video, Light is the most easily noticeable element. Through the shape of streetlights, apartment, car headlights and many other lights and its density, we are able to recognize the differences between two. Also, through sounds from crickets, the nose of city and the background noise, we can find the difference as well.
Even though lights and background sound are not easily noticeable, these are elements that directly show the environment. On the other hand, sound phenomenon is the result of virtual strings, which are moving left and right. In order to make this result, other two rules were applied to select the sound scale and note value. By doing so, even though sound phenomenon has to do is to present the environment and transform the video into sound well.
In fact, it is difficult for the sound phenomenon to capture the environment sensitively. The most sensitive part of the reaction from the sound phenomenon and environment is the density of the light. The density of the light is exactly the same as the density of sound; The density of sound created from the sound phenomenon indicates the difference between the outside and the inside of the palace at Haenggung-dong. However, it seems that there is limit to vividly show the haenggung-dong. However, it seems that there is limit to vividly show the haenggung-dog environment vy various lights and background sounds. If there is another element in addition to the density of the sound phenomenon, it can be scale. In this work, the two kinds of scales are used: one is gayageum five tone (pentatonic) and another is twelve-tone system. Of course, both are already made in the history of music. The selection of the scale is the part of subject matter in musical composition. However, depending on the scale the music is changed because the scale itself involves the composer’s intention to proceed with it. Among others, the gayageum’s five-tone system can be considered as the scale representing traditional music. The pentatonic system in this work is the subjective selection of the scale in which the artist’s subjective feeling about the environment was expressed rather than as the result of transforming the video.
By doing so, this gayageum five-tone system provides the relaxed and comfortable feeling with the sense of traditional music and gives certain impression as if it expresses the artist’s emotion while walking on the road of Heanggung-dong. On the other hands, the twelve-tone system chosen for the opposite intention is to transform the appearances of lights the most honestly without subjective feeling. Therefore, it is most relevant to the visual image. On the other hand, because of the atonality, it could be heard as dissonance and there isn’t any function to express particular subjective feeling. While one functions to express subjective feeling about the environment, another functions to transform the video. Howerer, in the case of the gayageum five-tone system, since there isn’t any other intentional device beside the arrangement of the scale, it cannot be considered to show stron subjectivity but only a very faint one.
For selection of note value, the artist uses two methods of eighth note and undefined note value. This can be seen as a difference between very complicated rhythm and simple, regular rhythm. On the one hand, an undefined note value produces a rhythm reflecting the light of video as it is. Onthe other hand, eighth notes represent and extremely simplify the difference of densities in light. So eighth nothes cannot be an immediate conversion.
The resulting series from this process goes through two different steps: the first step is transformation of series, and the second step is double conversion using visible rays.
A transformation of feries is done in two ways. The first one is to list the transformations, which is the retrograde, the nversion, and retrograde inversion, after providing the original form of the prime series. In the rules of music composition, this is a basic method of transformation of series, and it is frequently used one especially in twelve-tone method. The video is shown reversed according to this transformation and the changes of the video are accompanied by musical technique. The second one is a use of accompaniment. The accompaniment is playing two beats after the retrograde of series, which is arranged in low notes. The artist calls it accompaniment, however, it could be called a very simple form of double counterpoint.
Transformation of series as well as the selection of scale and note value is simply a step of choosing subject matters when comparing it to the process of composition. Because developing a transformed series with other changes and technique are the major steps of composition. The part that can be called entirely elementary step of composition is the use of accompaniment. Accompaniment is a composed form of double counterpont on an elementary level since there are not other changes or developments that start from the original form.
It is kind of method to develop the phenomena of notes diversely for a long time starting from the conversion of video, using very basic method or step of composition from the whole process of making music. Even though this is very basic in terms of developing composition, these are interestion phenomena of notes that are composed of varied mechanisms, in the perspective of its conversion of video into phenomena of notes.
the artist produces double transformation, capturing the results of colors that are substituted in matching multiple frequency of musical note and frequency of visible ray. Auditory image of transformed visuaal image is transformed again into visual image. This attempt is kind of new in terms of its revealing the hidden connection between notes and colors; however, there is also limitation that this connection cannot be experienced directly.
Consequently, closeness relation is far less than the first transformation. In this context, closeness relation means that neighboring notes are manifested in neighboring colors and vice versa. So, conjunct motion is manifested similar colors and disjunct motion is in various colors. And these are synesthetic phenomena as if the colors form and octave.
The work that capturing Haenggung-dong’s environment in a synesthetic way gives a new and acute sensation. But it also exposes its limitation, which is confined in abstract and schematic world rather than concrete sensation, resulted from several transformation of the environment. the problems might be that the processof transformation of video into sound can be changed freely by a chosen rule, or that it is difficult to assault which results confirms the accuracy of transforming the video. Eventually, the artist’s subjective ntention seems to be important in the transformation into phenomena of notes. If the artist is a composer, the rule is made up to achieve the degree o f ompletion; on the other hand, the rule is made up to get specific affect the artist wants.
This work shows varied experiment the artist who is not a professional composer, unsure of the consequences and affects of his rules. Therefore, it is appears to be mose of process than result. Nevertheless, transforming into visual image, using its fundamental principle than using usperficial nature of music is worthy of note. I look forward to the moment of experiencing our environment vividly through abstract and logical world of music.